‘무언가를 베풀려하는 시혜자가 아니라 

그들이 주체적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협력자가 되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국제개발현장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의 머릿속에 늘 맴도는 말 중 하나일 것입니다. 

‘늘 맴돈다.’라는 표현은 간과되지 말아야 할 개발협력의 중요한 한 가지 원칙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을 이루기가 그 만큼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재래식 수도에서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필요합니다. 

그런 후엔 그들 스스로 지속적으로 물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마중물의 역할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또 더 근본적으로 지금 돕고 있는 일이 과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늘 떠나지 않는 화두로 남습니다.




8살 소녀, 할리마 야하야(Halima Yahaya)를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한 후 이러한 고민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의사소통의 행위라고는 웅얼거리는 소리가 고작이며 사지는 마비되어 뒤틀려 있고 

홀로 밥을 먹지도 또 대소변을 가리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국제개발협력의 원칙은 멀게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1살 때 발병한 뇌수막염이 치료되지 않아 그 합병증(Post Meningitis Complications)으로 고생하며 

지금껏 재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방안에서 구멍 난 천장을 통해 하늘만 올려다보는 일이 하루 일과의 거의 전부인 작은 할리마,

마당의 작은 텃밭에서 나오는 야채들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할머니, 

나이는 어리지만 더 자라지 못하는 누나를 앞질러 더 오빠 같은 남동생, 그리고 지쳐버린 어머니...


이 네 명의 식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이렇게 할리마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감성적으로 쓰는 이유가 아이를 위해 모금을 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그보다 조금 더 어려운 것을 여러분에게 청하고자 함입니다. 

아이와 가정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하는 아이디어를 여러분께 기부 받고자 합니다. 

일시적인 도움이 아닌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계획을 여러분께서 함께 생각해 주십사 청하는 것입니다.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것 보다 마음으로 함께 돕는 일이 더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더 적합한 아이디어 기부가 이루어지도록 

조심스레 지난 일들을 여러분께 조금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의 상태에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치는 않아요. 

다만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재활치료만 해 줄 수 있어요. 근육강직이 덜 생기도록...”





현지 의사에게서 받은 진단을 의심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한국의 지인에게 다시 물어 보았지만 역시 대답은 같았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 이곳 탕가(Tanga) 지역 병원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재활 치료를 위해 휠체어를 차에 싣고

다시 할리마의 집을 찾았습니다. 7년 만의 병원 나들이여서 그런지 아니면 차를 타고 어디로 간다는 사실이 즐거운 것인지 

가는 내내 할리마의 얼굴은 싱글벙글하였고 웅얼거리는 소리도 한 층 밝게 새어 나왔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수속과 재진료를 마치고 물리치료실로 향했습니다.


아이의 차트를 받아든 물리치료사의 어조는 강했습니다.


“2005년에 마지막으로 병원에 왔었군요. 왜 상태가 이렇게 되도록 병원을 찾지 않았습니까!”





물리치료사가 할머니에게 던지듯 뱉은 이 말이 단지 할머니만을 나무라는 것이 아님을 잘 압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물리치료조차 받으러 올 수 없는 이곳 현실 사회에 대한 푸념이자 일침임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할리마를 마주하면서 다시 맘씨 좋은 따뜻한 아저씨로 돌아온 물리치료사의 얼굴이 그 사실을 입증해 주는 듯 했습니다.


물리치료가 이루어지는 동안 치료사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매일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지금의 상태에선 정석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할리마의 경우 말고도 이런 상태에 있는 어린이들이 탕가에는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목요일에는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적으니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데려오기 바랍니다. 

또 할리마의 경우 물리적 치료도 필요하지만 언어치료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곳에는 언어치료까지 해 줄만한 시설과 인력은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즐거움 뒤에는 말 못할 두려움이 함께 공존합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생각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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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colorsbir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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