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가지역의 웬만한 오지마을은 다 가봤다고 자신했었는데 음고메(MGOME)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그 어느 마을보다 험하고 깊었습니다.

잘 닦인 직선 도로였다면 10분이면 갈 거리지만 손잡이를 부여잡고 차 천정에 머리를 찧어가며 그렇게 40분 이상을 달려서야 겨우 도착했습니다.

이렇게 험한 길을 달려 MGOME에 온 이유는 키퍼 프로젝트 현장 팀 이승희 단원이 이곳에 있기 때문인데요,

마침 이승희 단원이 MGOME 이장님과 걸어오고 있네요.

 

 

[ MGOME 마을]            [마을 이장님과 이승희 단원]

 

 

승희쌤, 제가 좀 늦었네요! 생각보다 더 길이 험해서 오래 걸렸어요. 옆에 같이 계신 분은 이장님 맞으시죠?

같이 어디 가시는 거예요?”

 

, 아녜요. 저희도 조금 전에 와서 이장님이랑 마을 분들이랑 인사하고 지금 키퍼룸 후보 부지를 보러 가는 길이예요.

여기서 조금만 걸어가면 되니까 같이 가세요.

이 마을에서 제공한 키퍼룸 부지가 두 곳이 있는데 오늘 지부장님이 확인하시고 부지를 확정 지으려고 해요.”

 

이승희 단원이 걸어오던 길을 따라 마을 사람들과 조금 더 걸어가니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 오른편에 공터가 나타났습니다.

잡목이 드문드문 심어져 있고 이름 모를 풀들이 무릎높이로 자라 있는 땅이지만,

마을과 근접한 곳에 있어서 이곳에 키퍼룸이 지어진다면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을 의회 멤버들과 UHIC 지부 스태프들이 함께 부지를 확인하고 마을과의 근접성, 주변 환경 등에 대해 논의합니다.

 

승희쌤, 이 부지에 키퍼룸이 지어지기로 결정이 되면 그 다음엔 어떤 절차들을 거쳐야 하나요?

우리가 땅을 사는 게 아니라 마을에서 기증을 받는 토지에 키퍼룸을 짓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법적인 문제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우리는 마을 의회 멤버들과 일을 하기 때문에 선거 기간에 마을 이장이 교체가 되고 의회 멤버들이 다수 바뀌게 되었을 때

충분히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이전 이장이 자기 마음대로 준 땅이니 다시 돌려달라고 신임 이장이 요구할 수도 있고 말이죠.

그래서 향후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토지기증요청 절차가 필요해요.

우선은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UHIC에 토지기증에 대한 회의를 하고 이를 승인한 VILLAGE COUNCIL MINUTE를 시작으로 GENERAL MEETING MINUTE, COVERING LETTER 등이 필요한데요,

이 회의록들을 모아서 마을이 속한 관할지구로 찾아가 승인문서를 취득해야 해요.

이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키퍼룸의 건축이 시작이 될 수 있어요.”

 

 

[부지 확인하는 UHIC 직원과 마을 사람들]          [피부병에 아파하는 아기 고양이 두 마리]

                              

 

이승희 단원으로부터 키퍼룸 건립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다른 후보 부지를 보러 마을사람들과 함께 이동했습니다.

 

이번 후보 부지는 바로 학교 옆에 자리하고 있네요.

 

처음 후보지와 거리는 멀지 않았는데 제가 보기에도 처음 보았던 부지보다 전기나 물을 끌어오기 좋은 자리인 것 같습니다.

 

함께 간 우리 스태프들과 지부장님도 두 번째 본 부지자리가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으로 모아져 이 곳에 키퍼룸을 짓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미리 마을에 키퍼룸 건설 부지의 법적효력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기 위한 마을 의회 모임을 잡아달라고 요청을 하였고, 오늘 12인 이상의 정족수를 채운 13인의 의회 멤버들이 모여 바로 회의가 열렸습니다.

 

MGOME 마을의회 비서인 파투마 아주머니가 회의록을 들고 이장님과 함께 중앙 책상에 자리하고 13인의 의회 멤버들은 벽에 놓여진 긴 벤치에 쭉 앉으셨고요.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이장님이 먼저 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의회 멤버들에게 저희를 소개하시고

저희들의 인사가 끝나자 참석한 의회 멤버들도 차례대로 일어서 본인의 소개를 하셨습니다.

 

모두의 통성명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장님이 우선 오늘 상정된 안건에 대해 설명을 하시고, 뒤이어 현장팀 현지스태프인 줌마가 일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키퍼 프로젝트에 대해 긴 설명에 들어갔습니다.

 

 

[회의 진행 - 줌마 / 지부장님/ 이장님/ 비서 파투마 ]          [마을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이승희 단원]

 

 

키퍼룸 건축의 첫 삽을 뜨기까지 현장팀은 각 오지마을에 돌아다니며 서베이를 진행하고 인구조사부터 의료시설 파악까지 말 그대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관리하고 있습니다.

 

마을로 들어가면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프리카 생활 경험이 있는 이승희 단원의 스와힐리어 능력이 큰 도움이

 

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현장팀이기에 현지 스태프 줌마가 이승희 단원과 함께 파트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스와힐리어를 잘 몰라서 그러는데 오늘 줌마 말 되게 잘하네요. 지금 줌마가 멤버들에게 어떤 걸 설명하고 있나요?”

 

지금 줌마는 의회 멤버들에게 키퍼 프로젝트의 소개뿐 만이 아닌, 키퍼룸의 건축과정, 건축 과정 중에 생길 수 있는 변수들, 키퍼의 활동과 키퍼룸의 용도, UHIC가 지원하게 될 의료보건활동 등 의회 멤버들이 궁금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한 마을에 건물을 짓고 매일 이 마을에서 키퍼가 아이들의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려야 해요.”

 

, 그렇겠어요. 그래서 줌마가 더 열심히 하는 거군요.”

 

초반에 함께 현장팀에서 일할 때 처음이라서 그런지 줌마가 너무 간단하게만 설명을 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마을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계속 줌마에게 설명을 했더니,

이제는 본인이 꼭 얘기해야 하는 것들을 메모까지 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잘 얘기해주고 있어요.”

 

 

[확인할 사항들을 정리 중인 이승희 단원]            [키퍼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 중인 줌마]

 

 

1시간여에 걸친 줌마의 준비된 브리핑이 끝나고 마을 사람들의 질의응답까지 거치고 나서 마을 의회에서 UHIC에게 키퍼룸 건축을

 

위한 부지를 기증해주겠다는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의회 멤버들은 우리 마을 아이들을 돌봐주려고 키퍼룸까지 짓는데 본인들이 도와줄 일이 없느냐며 오히려 고마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제 MGOME 마을의 키퍼룸 건축을 위한 첫 걸음마을 사람들과 함께 내딛게 되었답니다.

 

 

[아동 수 작성법에 대한 설명 중]                      [아동 수 작성법에 대한 설명 중]

 

 

본 컨텐츠는 국제아동돕기연합의 탄자니아 지부에서 직접 보내준 글입니다.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더 빠르고, 더 가까이에서 듣고 싶다면?!

국제아동돕기연합이 좋아요 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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