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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 춤바게니 거리에 위치한 작은 2층집 앞에 자전거를 세우고 입구로 들어섭니다.

입구에는 커다란 나무 입간판에 [KEEPER PROJECT, KIDS KEEPER TRAINING CENTRE FOR BASIC PRIMARY DISEASE PREVENTION]라고 쓰여져 있네요.

오늘 “단원의 하루” 인터뷰를 통해 만나 볼 주인공이 이 건물에 있습니다.

바로 한국인 스태프들 중에서 제일 막내지만 키는 제일로 큰, 교육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연경 KCOC 단원입니다.

예비 키퍼들의 합숙소와 겸하고 있기에 지부 사무실과는 떨어져 있어 1주일에 한두 번 찾아가게 되는 키퍼 트레이닝 센터.

 

벌써 수업이 시작된 교실을 통과해 교무실 문을 여니 이연경 단원이 책상에 앉아 뭔가에 집중하고 있네요.

 

 

       

 

 

“연경쌤! 뭐하세요?

 

 

“아, 오셨어요? 지금 애들 영어시험지 채점하고 있어요.

 

 

“예비 키퍼들 영어 실력은 많이 늘었어요?

제가 처음 예비 키퍼들 만났을 때만 해도 애들이 영어를 잘 못해서 말 한마디 건네도 쑥스러워하고 그랬는데 요즘엔 먼저 인사도 건네주고

자신감이 많이 생긴 것 같거든요.

 

 

“아, 이부님이 느끼시기에는 그래요? 맞아요. 영어가 많이 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면 아직 많이 부족한 점이 많아요.

애들 영어 실력이 편차가 커서 잘하는 친구들은 제가 뭔가를 얘기했을 때 바로 알아듣는 반면 아무리 몇 번씩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친구들도 있거든요. 그럴 때는 학생리더이면서도 영어를 잘하는 하싼이 스와힐리어로 다시 설명을 해줘야 해요.

 

 

“연경쌤, 키퍼 프로젝트 내 예비 키퍼 교육 담당으로 근무를 하고 계신데요, 이 곳 키퍼 트레이닝 센터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키퍼 트레이닝 센터는 말 그대로 예비 키퍼들을 교육시키는 곳 이예요.

서류 및 면접을 통과한 예비 키퍼들이 각 오지마을에 파견되기 전에 1년간 이곳에서 의료보건, 환경, 디바이스 사용교육, 영어 등 필요한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사전에 교육시키는 곳 이예요.

여기서 1년간 합숙하며 모든 과정을 이수한 후에야 키퍼들이 오지마을에 정식 파견되는 것이죠.

 

 

“키퍼 트레이닝 센터에는 학생들도 현지인들이고 같이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현지인들이라서 가끔 외로울 때도 있겠어요?

 

  

“네, 예전에 배은선 단원(ODA 인턴)이 함께 근무할 때는 학생들 지도나 교재연구, 행정 등 관련해서 생기는 문제들로 의논해야 하는 것이 생기면 같이 상의도 많이 하고 서로 의지도 많이 했는데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빈자리가 참 많이 느껴지기는 해요.

 

 

그래도 현지 직원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어쩔 수 없이 학생들에게 싫은 소리도 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면 스와힐리어가 서툰 저를 위해서 대신 얘기를 해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제가 고마울 때가 많아요.

 

 

“연경쌤이 지금 교육팀 담당이라서 영어 수업뿐 아니라 교재제작도 담당하고 계시잖아요.

다른 의료보건 같은 수업들은 담당인 의사 선생님들이 주가 되어서 만드실테고, 영어 교재 같은 경우는 어때요?

전에 배은선 단원과 함께 다레살람(수도)에 갔을 때 스와힐리어로 나온 영어 교재를 구하려고 진짜 시내 서점들은 다 뒤졌는데도 구할 수가 없었거든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게 탄자니아에 있는 영어교재들은 모두 영어로 쓰여져 있잖아요.

그래서 A,B,C나 아니면 인사말부터 배우려는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중급 이상의 영어실력이 있어야 교재를 읽을 수가 있잖아요.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아요?

 

 

[스와힐리/영어 사전]       [손수 제작된 교재]

 

그러니까요! 그래서 전 여기서 인터넷으로 참고자료 등을 찾아서 수업자료를 만들어 수업을 해요.

한국에서 수업교재를 가져왔는데 그건 제 파트너인 메리에게 줬어요. 처음 예비 키퍼들을 만났을 때 어쨌든 중등학교 이상의 학교를 마친 친구들인데 영어를 너무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같은 건물에 사는 코이카 단원들한테 물어봤어요.

코이카 단원 세 명이 저희 건물 다른 층에 살고 있는데 모두 학교에서 애들을 가르치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들 말이 학교에서 애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대요. 책임감이나 사명감이 없는 교사들이 많고 교사 봉급이 적은 탄자니아에서는 많은 교사들이 투잡을 뛰고 있어서 심지어는 수업도 잘 안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에서 배울 때 제대로 배움을 받지 못했어도 자국어로 쓰여진 좋은 영어교재 한 권만 있으면 혼자라도 공부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못하다보니 처음에 이해를 못하면 영원히 이해를 하지 못하는 시스템이 되는 것 같아요.

배우고 싶어도 환경이 안 되는 이런 상황이 너무 안타까워요.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는 사이 어느덧 시간은 1,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키퍼 트레이닝 센터의 예비 키퍼들이 1층 식당으로 분주하게 내려가는 소리가 교무실까지 들리는 것을 보니 다들 배가 많이 고팠던 모양입니다.

 

교무실 문을 잠그고 1층으로 내려가니 벌써 다들 각자의 그릇과 포크를 챙겨 오늘의 메뉴인 생선튀김 앞에 정렬해 있는 학생들이 보입니다.

 

바닷가에 위치한 탕가는 해산물이 무척 풍부하고 가격도 싸서 즐겨 먹곤 합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고있는 연경단원]        [식사중인 키퍼들]

 

 

 

, 오늘은 사마키(생선)이네요! 연경쌤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해요?”

 

 

전 생선도 좋아하고 육류도 좋아해요.

그런데 마하라게(콩요리)는 제가 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입맛에 맞지 않더라고요.

탄자니아 사람들 주식인 우갈리도 잘 못먹겠어요. 맛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우갈리는 진짜 아무런 맛을 느낄 수가 없거든요.”

 

 

그럼 이제 점심 드시고 2시부터 영어수업 시작하시는 건가요?”

 

 

, 그런데 오늘은 빨리 밥 먹고 집에 잠깐 들러서 옷 좀 갈아입고 오려고요.

아까 물을 트는데 갑자기 퍽!하고 물이 나오는 바람에 치마 밑단이랑 신발이 젖어서요. 저 금방 다녀올게요~”

 

 

 

이연경 단원은 빛의 속도로 생선에서 살을 발라내 밥을 먹고 집으로(트레이닝 센터와 채 5분도 안 되는 거리) 달려갑니다.

이연경 단원이 집에 다니러 간 사이 밥을 다 먹고 쉬고 있는 학생 한 명과 얘기를 해보았습니다.

 

집을 떠나 합숙하며 수업을 받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예비 키퍼이렇게 얘기합니다.

 

 

가끔 가족이 보고 싶을 때도 있고요, 수업을 듣는 게 재미있지만 가끔 힘들 때도 있거든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이라서 보람이 있어요.

지금은 가족과 같이 지내지 않지만 열심히 키퍼로써의 교육을 마치면 제가 사는 마을로 돌아가 저희 동네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어요.

그리고 탄자니아에서는 천정도 없이 다 쓰러져가는 천막 같은 곳에서 몇 시간 직업 교육을 받더라도 상당한 돈을 수업료로 내야 하는데 UHIC에서는 숙식까지 제공해주면서 의료보건, 영어뿐 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알려주니 정말 열심히 해야죠.”

 

 

수업 10분 전 돌아온 이연경 단원은 교무실에서 교재와 교구를 들고 교실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어떤 수업을 진행하는지 궁금하여 맨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함께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본 컨텐츠는 국제아동돕기연합의 탄자니아 지부에서 직접 보내준 글입니다.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더 빠르고, 더 가까이에서 듣고 싶다면?!

국제아동돕기연합이 좋아요 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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