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처럼 예쁜 미소를 가진 마우아(MAUA)!


 “동네 돌아다니다가 키가 큰 아저씨를 보고는 아빠인 줄 알았어요. 

뒷모습을 보고 아빠인 줄 알았는데 쫓아가보니 얼굴은 아빠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요.” 


6살 배기 마우아는 이렇게 아빠를 그리워합니다.

아빠로 인해 에이즈에 걸려 피부에 반점이 생기고 몸은 아프게 되었지만, 

마우아는 아빠가 떠난 지금도 자기를 사랑해 준 아빠를 기억하고 그리워합니다. 

 




스와힐리어로 MAUA는 꽃이라는 뜻입니다. 

오늘은 이름처럼 마음도 얼굴도 환하고 예쁜 마우아의 사연을 여러분과 나누보고자 합니다.


마우아를 처음 만난 날, 예쁜 소녀 얼굴에 얼룩진 반점이 창피할법도 한데 

마우아는 씩씩하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우리에게 자기의 절친인 아샤(ASHA)와 디아(DIA)를 소개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하얀 얼굴을 한 외국인이 신기했는지 마우아는 우리와 만나는 동안 제 앞에서 꼼짝 않고 앉아서 

저희를 쳐다보며 줄곧 웃어 주었지요. 

가냘프고 어린 아이가 어쩌면 이렇게도 따뜻하고 밝을 수 있을까요? 




마우아는 엄마와 할머니와 단칸방에서 살고 있습니다. 

화장실은 나무 막대기에 천막을 휘둘러 임시로 쳐 놓은 채 거의 다 쓰러져가는 형상이었습니다. 

마우아의 가족은 원래 4식구였으나 재작년 9월, 마우아의 아빠는 에이즈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우아의 아빠는 따뜻하고 자상한 분이었다고 합니다. 6살 아이의 기억에도 아빠는 항상 자기를 사랑해 준 듬직한 분이셨다네요. 

그런데 아빠는 마우아와 엄마에게 에이즈를 옮긴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아빠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가족에게 숨기는 바람에 

마우아가 아깃적 너무 아파 병원에 가기 전까지 엄마도 마우아도 에이즈에 전염된 사실을 몰랐다고 합니다.

병을 전염시킨 아빠와 남편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을 텐데, 마우아와 엄마는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에이즈 감염율이 높은 이곳에서는 이제 에이즈 감염이 숙명으로 받아들여지는 걸까요.




  

엄마는 인근 보건소에서 에이즈 클리닉을 하는 날이면 마우아를 꼭 데려갑니다. 

마우아가 행복하게 웃을 수 있다면 엄마는 아무리 먼 곳에서 클리닉을 해도 아이를 데려가 보살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지 마우아의 면역체계가 아직은 강해서 약을 먹을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하네요.

마우아도 자신이 어떤 병을 앓고 있는지 면역성이 어떤지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기보단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웃음을 보이는 우리 마우아... 정말 씩씩한 아이지요? 

병에 걸렸다고 기죽어 있거나 슬퍼하지 않고 의젓하게도 엄마를 따라 병원에 다니며, 자신의 건강상태를 받아들이며,

이 길고 힘든 싸움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마우아는 3개월 전에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한달 학비 2,000원을 낼 수가 없어서 학교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우아의 엄마가 도넛을 만들어 팔며 온 가족이 살아가지만 

한 개에 50티실링하는 도넛으로 3식구의 생계를 꾸려가기에 현실은 너무 벅차기만 합니다.

지금 나이에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들을 누리지 못하는 마우아를 위해 우리는 ECHC에서 만든 말라리아 책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록 글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림을 보며 책을 찬찬히 들여다 보는 아이의 눈은 어느때보다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만남에서 마우아와 저희는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다음 번에 만날 때까지 엄마한테서 글씨 읽는 법을 배우기로요. 그래서 다음 번에는 재미난 책을 함께 읽자고요. 

과연 우리와의 약속을 지켜주었을까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다시 한번 마우아네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기특하게도 두번째 만남에서 마우아는 책을 읽어냈습니다!!

물론 아직 익숙치 않아서 긴 단어를 읽지는 못했지만 그 작은 손가락으로 글자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책을 읽었습니다. 

한번 만난 낯선 외국인과의 약속이었지만 이 아이는 기억을 하고 약속을 지켰습니다. 참 고마운 마우아입니다. 

똘똘하게도 1주일만에 글을 읽는 법을 배우고, 우리의 이런저런 질문에 조잘조잘 자기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들려주었습니다. 




이 아이의 한달 학비 2,000원으로 한국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하나 살 수 있겠네요. 

지하철을 한번 타면 거스름돈이 조금 남고요. 

또 음악파일 4개를 다운받을 수 있기도 하네요.


한국에서는 그다지 크다고 느껴보지 못한 돈인데 비행기로 14시간 떨어진 

이곳 탄자니아에서는 이렇게 귀중한 돈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돈도 없고 몸도 아픈 마우아의 엄마는 매주 무료클리닉에 마우아를 데려가는 일로 

아픈 아이를 하루하루 지켜냅니다. 


엄마는 마우아가 에이즈를 극복해 내길 기도합니다. 

병을 이겨내고 학교에서 공부하며 잘 커서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아주길 오늘도 기도합니다. 

한 생명을 지켜내는 일이 

생각보다 아주 어렵고 차마 손댈 수 없는 일은 아닐 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그저 옆에서 마우아를 지켜볼 수 밖엔 없지만, 전해줄 수 있는 책 몇권이 전부이지만, 

꽃처럼 예쁜 아이 마우아가 더욱 건강해져서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도 다닐 수 있도록 모두 기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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