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가면 그리울 것 같은

행복한 순간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_괴테, 파우스트

  



안녕하세요!

한국에 돌아갈 날이 100일정도 남은 예은단원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문득, 한국에 가면 탄자니아의 어떤 것이 가장 그리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미리 제가 좋아하던 것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제가 어떤 순간에 행복함을 느끼는지 함께 살펴봅시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아침을 맞이한 날입니다.

이날, 저를 깨운 건 알람소리도 아니고 맛있는 냄새도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날이 좋을 수 있을까, 싶은 포근한 아침햇살과 새소리였습니다.

커튼 솔이 나부끼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데도 잠이 기분 좋게 달아났습니다.

이 순간이 일상이라면?

매일 아침 새의 지저귐 속에서 하루를 맞이합니다.

화장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달그닥, 달그닥 방충망을 흔듭니다.

고요한 듯 소란스러운 아침은 처음 탄자니아에서 아침을 맞이한 날부터 지금까지 저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매일 맞이하는 일몰의 순간이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순간 숨겨졌던 감성이 휘몰아치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집니다.

 

몇일 전, 한국에 돌아갈 날 100일 전을 기념하여 혼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탕가와 가까운 루쇼토의 뷰포인트에 갔습니다.

공기가 맑아 흰 구름까지 빨갛게 물든 하늘을 보니

언제 또 이런 탁 트인 붉은 노을을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순간을 그리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카메라를 내리고 조용히 바라봤습니다.

이런 하늘을 볼 수 있는 이곳에, 내가 지금 있다는 것은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밤하늘에 뜬 별의 개수를 세어보는건 저의 취미입니다.


안경을 안 쓰면 별이 잘 안보여 꼭 안경을 쓰고 밤 하늘을 봅니다.

한국 집 밤하늘에 별이 5-7개가 보이면 많이 뜬 날입니다.

세고 또 세며 별이 많이 떴다고 기뻐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탄자니아에 와서 셀 수 없이 많은 별을 처음 봤습니다.

정말 셀 수 없이 많은 별이 밤 하늘 가득 반짝반짝 빛납니다.

이 하늘을 그대로 한국 집 하늘에 옮겨놓고 매일 매일 보고싶은 심정입니다.

한국과 탄자니아, 정말 같은 하늘 맞나요?





탕가에서 루쇼토로 가는 길,

생글생글 웃는 이 꼬마 덕분에 도로에서 보낸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탄자니아는 예로부터 공동체의식이 강해 식민지 이전 사회엔 고아원이 없었습니다.

내 아이, 네 아이 구분 없이 함께 육아를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아이들은 엄마가 아니어도 잘 따르고 잘 안깁니다.

아기들이 가만히 저에게 안겨있던 순간, 누군지도 모르는 저를 환영해준 아이들,

버스 옆자리에 앉아 저와 함께 놀며 버스를 탄 아이들 모두!

이곳 아이들은 저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한국에선 아이들과 이렇게 함께 할 기회조차 많지 않은데

이곳에선 좋아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탕가에서 13시간은 걸리는 카라투라는 지역에서 친구가 놀러왔습니다.

저와 과 동기 이고 같은 해에 같이 탄자니아에 파견되어 온 친구입니다.

멀리서 친구가 놀러온 날은 그 어떤 걱정거리 고민거리 다 날아갈 만큼 기쁩니다.

이 친구가 찾아온다고 해서 케냐에 있던 동기도 탕가로 단숨에 날아왔습니다.

탕가는 만남의 장이 되었고 멀리 떨어져 있던 세 사람은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순간,

세계 어느 곳에 있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모두 행복할 것입니다.





이 곳은 뭐하는 곳 일까요?

바로 어시장의 별미! 바다 바로 앞 모래사장에 있는 해산물 튀김 가게입니다.

어시장에서 해산물을 구매해 이곳에 갖다 주면 맛있게 튀겨줍니다.

제대로 씻기지도 않고 생선이며 오징어며 온갖 해산물을 한 번에 튀겨 위생문제가 걱정되지만

이곳에서 먹는 오징어 튀김은 비교할 데 없이 정말 맛있습니다.

 

한국에선 생선을 먹고 싶으면 횟집이나 마트 등에서 쉽게 사먹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탕가에선 해산물을 먹고 싶으면 직접 바다에 가서 사와야 합니다.

저는 바다도 좋아하고 해산물도 좋아하고 한국에서도 수산물시장가는 걸 정말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바다 바로 옆에서 언제든 싱싱한 생선을 사먹을 수 있는 이곳,

탕가에 살고 있는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그리울 것 같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바로 잠들기 전 조용히 혼자 일기를 쓰는 시간입니다.

한국에선 카페나 도서관 등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일기를 썼습니다.

그런데 여기선 매일 조용한 나만의 밤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스스로에게 더 솔직해지고 저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퇴계이황은 때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길이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온다고 했습니다.

그 말에 공감하며 저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미래에 그리워 할 순간이 지금이라는 건,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길지 않은 남은 시간을 후회 없는 시간이 되도록 천천히 즐겨야겠습니다.

10월 탄자니아에서 온 편지는 행복한 탄자니아생활에 대해 적었습니다.

그런데 어딜 가서 뭘 해도 힘든 순간은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11월 탄자니아에서 온 편지는 10월과 반대로, 탄자니아에서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 적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달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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