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다마스 캄바두. 잔지바르 섬으로 가고 있다.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휴양지. 하지만 나는 일을 하러 가는 길이다. 한국의 국제아동구호단체 국제아동돕기연합의 한국 본부에서 얼마 전 출장을 온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UHIC의 미혼모 자립 프로젝트인 NABI Project의 매니저이다.

 

육지에서 잔지바르 섬으로 가는 방법에는 비행기와 배가 있는데 나는 배를 탔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고 하늘은 맑다. 여행자들은 들떠 보인다. 나 역시 모처럼 배를 타니 마음이 설레기도 하지만, 상쾌하지만은 않다.




<잔지바르 섬의 모습, 출처 : 위키피디아>



 

내가 사는 곳은 탄자니아 최대의 항구 도시이자 가장 현대화된 도시, 다르에스살람. 나의 일터인 NABI 사업장 근교에 위치한 테게다 보코 지역에 있다. 다르에스살람이 발전하면서, 시골에서 어린 여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었다. 


그 중 성범죄를 당했거나 좋지 않은 인연을 만났거나,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매춘을 했던 까닭으로 미혼모가 된 경우가 적지 않다. 테게다 보코에만 1만 여 미혼모 가정이 있다. 미혼모들도 안타까울 뿐더러, 어리고 힘 없는 어머니를 의지하는 아이들은 더욱 불쌍한 노릇이다.




<다르에스살람 보코 지역에 위치한 NABI 사업장. 안타까운 사연으로 미혼모가 되었지만 배움의 열정이 있는 여인들이 모이는 곳이다.>



UHIC에서 미혼모의 경제적 자립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진행하는 NABI 프로젝트는 매우 훌륭한 사업이다. 아니, 미혼모와 그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매우 절실한 구호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지속 가능하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후원 활동이기도 하다. 

그들이 스스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힘과 바탕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NABI가 성공을 거둔다면 테게다 보코의 미혼모와 그 아이들은 물론, 아프리카 전역에서 내전 후 성범죄 등으로 미혼모가 되어 고통받는 어린 여자들과 그 자녀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NABI 프로젝트는 미혼모들의 아이들이 빈곤을 물려받지 않도록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친다.>


 


한국 출장팀은 탄자니아에 도착한 당일날, 나를 불러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리고 미혼모 자립 프로젝트를 활성화시킬 방법을 논의했다. 그 자리에서 UHIC의 이사장 Shin은 다시 부채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예전부터 캉가 천을 입힌 부채를 NABI의 주력 품목으로 삼자고 했다. 탄자니아에 온 외국인들은 기념도 되고 쓸모도 있으면서 특별한 물건을 찾는데, NABI 부채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관광객들은 만족스러운 상품을 구매하는 동시에 미혼모와 아이들에게 후원도 하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하면서.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탄자니아에서는 부채를 사용하지 않는다. 잘 팔릴 물건이었다면 이미 만들어져서 기념품 가게마다 즐비할 것이다. 내가 이 말을 꺼내자 한국 측에서는 꼭 부채를 고집할 필요는 없으며, 더 좋은 NABI만의 아이템 아이디어가 있다면 환영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더 나은 아이템이 생각나지 않았다. 탄자니아 현지인에게 싼 값에라도 팔 수 있는 옷과 가방 만들기가 최선인 것 같다.




<NABI 사업장의 미혼모들이 만들어서 한국에 보내 온 부채>




UHIC의 한국 본부 입장을 생각해보아도 안전하게 옷과 가방을 만들어 파는 것이 좋다. UHIC는 이윤을 내는 기업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고 모금을 해서 꾸려나가는 비영리단체이다. NABI 작업장 임대료부터 미혼모들의 교육비, 물건을 만드는 재료비, 그리고 미혼모의 아이들에게 끼니를 제공하고 보살피는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매우 어렵게 모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누구를 생각하더라도 더더욱 당장에라도 팔릴 물건들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복잡하다. 배는 어느새 잔지바르에 도착했다.

 

항구에서 가까운 스톤타운. 이곳에는 유럽인 관광객들이 아주 많아서, 이곳이 아프리카인지 유럽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인도-아랍계의 부유해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 사이에서 한국 출장 팀의 모습이 한눈에 확 들어왔다. 잔지바르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다마스의 이야기는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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