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시 돌아온 국제아동돕기연합 탄자니아 지부 김지현 KCOC 단원입니다.
늦었지만 새해 인사 드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탄자니아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고심하다가 좀 웃기지만 나름 슬픈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아, 이건 웃는것도 우는 것도 아니야!
처음 탄자니아에 왔을 때 현장에 나가게 되면 늘 곤욕스러웠던 것이 화장실에 가는 일이었습니다.
탄자니아 마을의 흔한 화장실(문은...개나 줘버려)
공중화장실도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수도시설이 발달되어 있지 않다보니 생리현상을 해결하기가 어려워
더운 날씨에 물도 안 마시고 다니곤 했답니다.
물...물 좀 줘요ㅠㅠ
그러나, 아침에 현장에 나가면 저녁에 돌아오는 날이 태반인 현장팀에서 일하다보니 아무리 조절을 한다고 해도
난감한 일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요.
제가 탄자니아 생활 중 가장 곤욕스러웠던 화장실 사건이 있습니다.
바가모요 의사왕진서비스 날이었습니다.
한창 진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괜찮아질거야! 참아야해!
라며 최면을 걸어보지만,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며 참을 수 없는 한계가 왔습니다.
아,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키퍼룸에서 제일 가까운 집에 무작정 들어가서
"호디! 호디!"(저기요! 저기요!)
를 외쳤습니다.
나 좀 살려주세요ㅠㅠ
마침, 마마 한 분이 나오십니다.
오, 지져스!
"마마! 나옴바 초오니! 나옴바 초오니!"(직역: 화장실을 원해! 화장실을 원해!)
저의 급박하고 긴급한 얼굴을 읽으셨는지, 선뜻 화장실로 안내해 주시는 친절한 마마.
아싼떼(감사합니다!)를 외치며 미친듯이 뛰어 들어갔습니다.
문...문이 달려있어!!
아...............이곳은 천국입니다.
그러나
몇 분 후......
천국을 맛봄과 동시에 다시 찾아온 지옥.
휴...휴지가 없다!!!!
문 밖에서 저 음중구(외국인)가 우리 화장실을 폭파시키는 건 아닌지 지켜보고 있던 마마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눈 앞에는 마마가 가져다 준 물이 당긴 양동이와....나의 두손만이 있네요.
탄자니아의 화장실 앞엔 이렇게 뒤처리 후 사용할 물이 담겨있는 페트병이 있다.
오른 손은 밥 먹는 손, 왼손은 뒤처리를 하는 손의 문화를 가진, 이곳은 탄자니아.
하지만 차마, 차마!
안절부절 온 몸을 뒤틀고 있던 저에게 다시 천국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날 따라 의사왕진서비스대는 잘 입고 다니지 않는 UHIC 조끼를 제가 입고 있던 것입니다.
주머니가 많아서 유용하지만 더워서 잘 입고 다니지 않는,
사무실에 늘 방치되어 있던 조끼를 그날 따라 입고 있었던 거예요.
머리가 번뜩하며, 혹시! 혹시! 하며 주머니를 마구 뒤졌습니다.
그때!!
내 손끝에서 느껴지는 종이 한장.
A4 종이 한장이 손에 잡혔습니다.
마구마구 비비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부드러워지지 않습니다.
종이를 물에 적셔서 촉촉하게 만듭니다.
후훗.
몇 분 후.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키퍼룸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오지마을에서는 화장실 한번 가기 너무 힘드네요.
그래도 지나가다가 호디!호디!를 외치며 무작정 들이닥친 외국인에게 단 한번 문전박대도 하지 않고
맞이해 주는 이곳은, 탄자니아 탕가입니다.
생명의 은인 UHIC 조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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