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단원의 11월 탄자니아에서 온 편지
한국이 그리웠던
힘들었던 시간
안녕하세요!
귀국이 얼마 남지 않은 예은단원입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를 돌아보며 지난달엔‘행복했던 순간’을 주제로 글을 썼고 이번 주엔 반대로,
한국에 가고 싶었던 순간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어떤 순간이 저를 지치게 했는지 함께 살펴봅시다:)
적도 밑의 강한 해와 바다 바로 옆 탕가의 습함은
탄자니아의 엄청난 더위를 실감하게 해줍니다.
여름 시즌이면 몇 걸음만 걸어도 땀이 뚝 뚝 떨어집니다.
제가 이렇게 땀이 많은 사람인 줄 이곳에 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이 더위를 형용하기 위해선‘땀이 난다’라는 말 보다
‘땀이 흐른다’ 혹은 ‘땀이 후두둑 떨어진다’는 말이 더 적절합니다.
이제 연말이 다가올수록 더 더워질텐데...걱정이 앞섭니다.
분명 바퀴벌레는 빛을 싫어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 바퀴벌레는 너무 당당합니다.
심지어 손님이 구매해야하는 감자에 딱 붙어서 도망도 안갑니다.
어느 날 씻고 있는데 하수구 사이로 까만 덩어리가 움직이길래
뭔가 싶어서 보니까 개미떼가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소름 돋는 이런 경험을 종종 하곤 합니다.
모기는 물론 벼룩, 불개미, 지네 등 온갖 곤충에 물리기도 하고
태어나서 본 거미 중 제일 큰 거미가 집안을 누빕니다.
그래서 해가지면 꼭 불을 키고 바닥을 주시하며 다닙니다.
한국에 가면 맘 편히 바닥에 이불 깔고 뒹굴거리고 싶습니다.
내부적 요인으로 힘든 순간은 더위와 벌레가 가장 크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 순간엔 크게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진짜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동네 떡볶이입니다.
원래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이 떡볶이는 그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떡도 없고, 순대, 어묵도 없어 늘 이렇게 입맛만 다십니다..
다르에스살람엔 돼지고기가 팔지만 무슬림이 많은 탕가는 돼지고기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배추도 한국배추에 비해 질기고 작은 중국배추뿐이라 한국의 김치 맛을 내기 힙듭니다.
두부, 콩나물, 불 족발, 우동 등 먹고 싶은 음식이 너무나 많습니다!
한국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카톡으로도 연락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손편지를 받으면 더 보고싶어집니다.
1년이 짧게 느껴질 때도 있고 길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유독 손편지를 받은 날은 너무나 길게 느껴집니다.
학교가 끝나면 저녁에 보드도 타고 강아지 산책도 가고
전시회를 가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저만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선 문화생활이나 취미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영화관, 전시회 등 좋아하던 곳에 가지 못하고
도서관에 가도 영어책뿐이라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물론 여가시간을 보내는 건 개개인마다 다르고 각자 하기 나름이지만
한국에 비해 선택범위가 좁은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사진출처: http://pentagreen.tistory.com/40)
해가 지면 주변이 너무 어두워지고 그만큼 위험합니다.
그래서 절대 혼자 6시 이후에 집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가끔 빨래를 널러 밖에 나오면 밤공기가 너무 좋아 숨을 크게 들이쉽니다.
한국이었으면 이제 막 버스 타고 친구들 만나러 갈 시간인데 집에만 있으니 심심하기도 합니다.
별 대신 조명이 빛나는 밤거리를 걸으며 친구들과 놀고 싶습니다.
이렇게 쭉 힘든 순간, 한국에 가고 싶은 순간에 대한 글을 적었지만
막상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좋았던 기억이 훨씬 더 많습니다. 또 그만큼 배운 것도 많습니다.
이젠 벌레가 나타나도 옛날만큼 겁내지 않고, 날씨가 더우면 손수건을 꼭 들고 다닙니다.
심심한 때에 글을 쓰고 계획을 세우며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처음으로 작은 텃밭도 가꿨습니다.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나무 가지에 걸려있더라’는 중국의 시가 있습니다.
이 시처럼 저도 탄자니아에서 생활을 하며 결국 주어진 시간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드는 건 내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남은 연말 행복한 시간 되세요:)
다음달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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