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의 역사
3월 8일,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불타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을 기념하는 날로, 당시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과 임금 속에서 하루 12-14시간의 노동을 강요 받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1908년 3월 8일 미국 맨하탄에서는 극심한 노동 및 저임금에 시달린 섬유산업 여성 노동자들이 기본권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남성 노동자들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빵’)과 함께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투표할 권리(‘장미’)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 때문에 이날은 빵과 장미로 상징되기도 합니다. 이후 1975년 UN은 인권 증진과 차별 종식을 촉구하며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제정하였습니다.
한국의 남녀 간 임금격차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은 여성 인권이 잘 지켜지고 있는 양성 평등한 국가일까요?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여전히 여성은 일자리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남녀 사이에 임금격차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OECD가 매년 공개하는 남녀 임금 격차 통계에서 역시 한국은 매년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여성고용률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6'에 따르면 한국의 양성평등 지수는 144개 조사대상국 중 116위에 불과합니다. [1]
남녀 간 임금 격차, 여성의 노동참여율, 남녀 간 노동참여율 차이, 여성 실업률, 정규직 근로자 중 여성 비율을 조사하는 PwC와 삼일회계법인의 여성 경제활동지수 결과에서도 아래 도표와 같이 한국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습니다.
남녀 간 격차는 무려 36%로 이는 남성이 100만 원을 벌 때 여성의 임금은 이보다 36%가 적다는 뜻입니다. 조사 대상 평균인 16%의 두 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는 한국에서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없어지려면 10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이는 2118년이나 되어야 남녀 임금 평등이 이뤄진다는 뜻과 동일합니다. [2]
USAID
아시아의 납치혼과 명예살인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등 주로 이슬람 문화권이라 일컫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여성의 인권은 꽤나 억압받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한 국가에서는 전체 여성 중 약 70%가 가정 폭력에 시달리며 여성들은 전통을 빌미로 조혼이나 할례 등 비인권적 행위를 강요 당합니다. [3] 또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납치해 아내로 삼는 납치혼이 성행하는 와중, 키르기스스탄의 약탈혼 '알라가추'(키르기스어로 "붙잡아서 뛰어라"라는 뜻)는 약 900년간 그들의 떳떳한 관습처럼 내려오고 있습니다.
유엔인구활동기금(UNPFA)에 따르면 명예살인은 매년 전세계적으로 5,000여명의 여성들을 희생시킵니다. ‘명예살인’이란 이슬람 국가와 파키스탄, 요르단, 터키 등 서남아시아권 국가에서 자행돼온 관습입니다. 명예살인은 가족 구성원 중 정조를 잃거나, 간통을 저지른 사람 또는 이슬람교를 배교하고 타종교로 개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합니다.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 때문이죠. 가족을 비롯해 마을 공동체 구성원이 살인 행위에 나섭니다. 대상은 주로 여성으로 그 방법도 생매장, 돌팔매질, 화형 등으로 매우 잔혹합니다. [4]
아프리카의 바지 착용 금지 법률과 할례
지난 2014년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이유로 당시 28살이던 임산부 마리암 야흐야에게 태형 100대를 선고해 논란이 되었던 이슬람 국가인 수단에서는 바지를 입는 여성을 태형에 처하는 법을 고수하며 매년 수천 명의 여성들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2012년 남아프리카의 말라위에서는 제 2의 도시 블랜타이어와 수도인 릴롱궤에서 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을 거리 노점상들이 "전통의상을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격해 옷을 벗기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에 '여성들이 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있게 하라'라고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여성 인권은 존중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여성의 생식기를 제거함으로써 여성의 성욕을 조절한다는 목적으로 이슬람교 문화권에서 행해지고 있는 할례 행위도 여전히 시행 중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T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억에서 1억 4천만 명의 성인 여성들과 소녀들이 할례의 후유증에 살고 있으며 이들 중 약 9천 2백만 명이 아프리카에 살고 있습니다. 할례는 케냐, 탄자니아 등 여러 국가에서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부족관습으로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5] 비위생적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마취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감염 또는 과다출혈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하며 이러한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상당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의 보고서에 따르면 1분당 4명의 어린 소녀들이 할례를 받고 있고 서구의 이민 사회도 예외가 아니어서 영국의 경우 지난 85년 할례 금지 법안을 마련했음에도 매년 1만 5천여 명의 소녀가 고통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법적 금지에도 불구하고 의식과 종교를 이유로 근절되지 않는 것이죠. [6] 악랄한 관습은 역사와 전통이란 껍질 속에 미화되고, 현재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만이 과거 당시의 것 그대로 남아있는 듯 하네요.
'여성처럼'에 대한 사회적 인식
Always #LikeAGirl
남녀 임금격차, 납치혼, 할례 등의 사례가 아니고서도 문화적, 사회적 맥락 속에는 은연 중에 여성에 대한 차별의 시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성용품 브랜드 P&G 위스퍼의 "Like a Girl" 캠페인 영상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에게 ‘여자아이처럼(Like a girl) 뛰어보라’고 요청합니다. 제작자의 질문에 성인 남녀와 남자 아이는 온갖 교태를 부려가며 몸을 배배 꼬아 틀어 여성이 달리는 모습을 묘사했습니다. 특히 남자 출연자들은 나이대에 상관없이 비슷한 모습을 보였죠. 하지만 같은 요청을 받은 사춘기 이전 여자 아이들은 그저 저 자신이 되어 꾸밈없이 달립니다. 열심히 빨리 달리는 모습을 보여준 한 여자 아이에게 제작자는 묻습니다.
- 내가 여자답게 달려보라고 했을 때 어떤 의미로 들렸니?
- 최대한 빨리 달리라는 뜻으로요.
‘여자처럼’에 대한 부정적 뉘앙스와 편견이 이처럼 사회적으로 팽배해 있음을 알린 단 한편의 짧은 영상으로 대단한 공감과 공유를 일으킨 위스퍼의 이 캠페인은 2015년 부산국제광고제에서 올해의 그랑프리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세계 사회의 여성들은 경제적 독립이 인정되어 더 이상 남성에게 예속된 존재가 아닌 것이 분명하며 더욱 옛날로 거슬러 가 우리는 여성이 남성만큼 힘이 세지 않고, 사냥 나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가사를 돌보던 그런 구석기 시대에 살고 있지도 않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여성들의 기본권, 생명권조차 보장되지 않으며 육아, 가사 등 여성의 고유성처럼 인식되는 사회적 관념으로 인해 유리천장에 승진 기회를 가로막힌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물학적, 육체적 특질과 그것에 대한 인정조차 구시대의 산물이 되었고, 시대에 굴복해야만 하는 날들 또한 흘렀습니다. 우리 사회는 현대에 공존하는 봉건사회의 역설을 엎기 위해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가치’의 관점으로 나아가야만 합니다. 감성과 이성, 감각과 직관 등 정신적 특징을 서로 빗대보고 이해하며 평등해져야 합니다. '여성처럼'이라는 말이 더 이상 부정적으로 들리지 않을 탈사회적 인식의 노력 끝에서야 만이 비로소 우리는 평등해질 것입니다.
* 참고자료
[1] 세계경제포럼(WEF) 발표 2016년 성격차지수(GGI) 관련, 여성가족부
http://www.mogef.go.kr/kor/skin/doc.html?fn=35876.hwp&rs=/rsfiles/201703/
[2] "한국 남녀 임금격차 해소, 100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헤럴드 경제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70221000391
[3] "세계 여성의 날, 파키스탄 여성 인권 현주소는?···70% 가정폭력 경험, 보호법은 이슬람위 반대로 좌초 위기", 아시아엔
http://kor.theasian.asia/archives/160088
[4] "[리포트+] 생매장·돌팔매·화형이 '명예로운' 살인 방법?", SBS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693990
[5] "아프리카의 여성들이여, 더 이상 울지 마라!", 한국외국어대학교 아프리카연구소
http://203.253.67.30/wp/?p=697
[6] 여성 할례, 나무위키
https://namu.mirror.wiki/namu2/%EC%97%AC%EC%84%B1%ED%95%A0%EB%A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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