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쿰보. 탄자니아 동쪽의 오지마을 통고니에 살고 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차림새에 신경을 썼다. 도시에 나갈 때, 그 중에서도 시내에 나갈 때만 입는 베이지색 셔츠와 청바지를 빳빳하게 털어 입었다. 그리고 새 운동화도 신었다. 가족들과 마을 어른들에게도 미리 이야기해 두었다. 오늘은 특별한 사람들이 오는 날이라고.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나자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탕가 시에서부터 몇십 분을 달려온 뒤, 다시 거친 비포장 흙길을 굽이굽이 달려와 도착한 그들. 바로 한국의 아동구호단체인 UHIC(United Help for International Children; 국제아동돕기연합)의 사람들이었다. CEO인 Mr.Shin, 그와 함께 서울에서 출장을 온 한국의 직원들, 탄자니아 지부장과 직원들, 그리고 U-센터(UHIC의 탄자니아 아동보건센터)의 의사 Dr.Temba도 함께였다.

 

그들이 차에서 내리자 마을 사람들은 신기한듯 쳐다보았다. 나는 UHIC의 사람들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길을 안내했다. 나는 그리고 우리 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누도록 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쑥쓰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놀라워하는지 부러워하는지 모를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을 아이들이 집 밖으로, 길 앞으로 몰려나와 우리를 지켜볼 때 나는 왠지 어깨가 으쓱해졌다.

 

나는 이장님과 마을 어른들을 모셔와서 UHIC 사람들과의 회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윽고 CEO인 Mr.Shin이 우리 마을에서 진행할 키퍼 프로젝트(Keeper Project)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키퍼 프로젝트란, 우리 마을처럼 외딴 오지마을에서 아이들의 질병을 예방하고 마을의 위생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오지마을 아동 사망률 30% 감소를 목표로 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이다.

 

오지마을에서는 아이가 병에 걸려도, 탕가 시내의 보건소까지 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말라리아의 경우 약을 제때 먹기만 해도 살아날 수 있는 병인데, 슬퍼만 하는 사이 아이는 죽어가는 것이다. 감기가 걸려도 어찌하지 못하다가 폐렴으로 병이 커지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나마 탕가 각지에 U 센터가 세 군데나 생기고 무료로 진료를 해준 뒤부터는 대안이 생겼다. 그때부터 오지마을의 어머니들은 아픈 아이를 안고 이틀 밤낮을 꼬박 걸어서 U센터를 찾아갔다. U센터에서 새생명을 얻는 아이들이 한 해에 2만 명이라고 한다. 물론 그 길을 가던 도중에 목숨을 잃는 아이들도 많다. 그리고 오지마을의 환경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아이들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UHIC가 U센터의 직원들을 파견해 오지마을에서 실시하고 있는 모바일(원격) 클리닉.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굉장히 높다.>




 

UHIC에서는 오지마을 아이들을 위해 키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키퍼(Keeper)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훈련 양성된 오지마을 현지 관리인을 말한다. 키퍼들이 각 마을로 파견되면, 각 오지마을의 아동 건강상태와 주거환경을 정기적으로 체크하여 UHIC에 보낸다. UHIC에서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오지마을의 위생환경, 인식증진을 위해 키퍼들이 할 수 있는 일(Action)을 연구하여 키퍼들에게 전달한다. 키퍼들이 Action을 수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면, UHIC는 그 결과 보고를 분석해서 더 발전된 Action을 연구하여 전달한다. 그 밖에도 UHIC에서 파견하는 의사가 매달 오지마을로 정기 검진을 와서 치료와 약 처방도 해 주고, 응급상황에서 도움도 줄 것이다. 의사 검진 준비와 응급상황 대처도 키퍼들의 역할이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키퍼들은 보건, 키퍼업무, 인성 등에 관한 이론과 실습 교육을 이수한다.>



우리 마을에서는 내가 2013년도 제1기 키퍼 후보학생으로 선발되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모인 15명의 동기들은 탕가시 외곽에 있는 키퍼 교육장에서 지난 1년 동안 보건 수업과 영어 수업을 들으며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U센터 아동관리 견학, 모기장 배포와 약품처리 실험, 각 마을의 기초 조사도 했다.

 

교육을 받는 동안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분명 보람차고 기대에 부푼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바로 오늘은 가장 들뜨는 날이다! 마을 어른들과 UHIC의 사람들이 만난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가게 될까? 그리고 어떤 일이 진행될까?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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