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마을 아동을 살리는 UHIC의 키퍼 프로젝트! 나는 제1기 키퍼 후보로 선발되어 1년간의 과정을 거치고, 드디어 3월이면 정식 키퍼가 될 날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회의를 하러 우리 마을로 직접 찾아온 CEO로부터 뜻밖의 임무를 받는다. 바로 푼디(건축 노동자)를 도와 키퍼 룸을 짓는 것!

 

어찌저찌 회의가 끝나고 UHIC 사람들이 돌아간 뒤에도 나는 헷갈렸다. 며칠 전에는 마을을 변화시키는 리더가 되라고 해놓고, 이제는 푼디 일을 하라니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혹시 푼디 일을 하면 돈을 더 주는 걸까,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다시 키퍼 교육장으로 돌아가 수업을 받을 날이 되었다. 이번에 출장을 온 UHIC 사람들의 특별 수업 중에서는 마지막 날이다. CEO인 Mr.Shin이 마무리를 맡았다. 그는 또 말했다. 키퍼 한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백 명의 아이들을 살릴 수 있고, 마을 전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그 과정에서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기억하면서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여러분은 존중받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다른 키퍼 후보학생들은 그 말을 처음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귀기울여 듣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 들었을 때처럼 귀담아 들을 수가 없었다. UHIC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았다. 말로는 존중과 존경을 받으라고 해놓고, 정작 푼디 일부터 시키지 않는가.......

 

그런데 이어진 두 마디에, 나는 깨달았다.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말을 듣자 스스로에게 온갖 질문이 생겼다. 혹시 나는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니까, 전문 교육을 받았으니까, 영어도 잘 못하는 푼디와는 다르니까, 벽돌이나 시멘트 따위는 만지지 않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나? 훌륭한 키퍼가 되어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고 마을을 살기 좋게 바꾸어나가려는 의욕보다는, 키퍼라는 이름을 가졌으니 대우받고 존경받으려는 욕심이 앞섰던 것은 아닐까? 내가 정말 존중과 존경을 원한다면, 아이들과 마을을 위해서 고된 일도 나서서 해낼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사용할 키퍼 룸을 지을 때 푼디를 거드는 것쯤이야 무슨 대수일까!

 

그때부터 마지막 수업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다시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UHIC에서는 우리 후보학생들 모두가 정식 키퍼로 선발되고, 훌륭한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키퍼라는 이름을 앞세워 사람들이 나를 특별하게 여겨주길 바라지 않겠다고. 내가 아이들과 마을을 위해 팔 걷고 나섬으로써 존중과 존경을 얻어내보겠다고. 그 존중과 존경은 나의 만족감을 위해 얻는 것이 아니라, 키퍼로서 내가 해나갈 건강관리 활동을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믿고 따라오도록 하기 위해 얻어낼 것이라고.

 

어느덧 수업이 끝났다. 우리는 UHIC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포옹도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생각해보니 그들 자신의 동생이나 마을 사람들도 아닌, 나의 이웃 아이들과 우리 마을들을 위해서 애써주는 사람들이다.

 

뒤이어 본 적 없는 얼굴들도 떠올랐다. 바로 저 멀리 한국에서 키퍼 프로젝트를 후원해줄 사람들이다. 키퍼 프로젝트는 후원자들로부터 모금을 받아서 진행하는 일이라고 했다. 키퍼들이 오지마을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약과 물품, 의사가 정기 검진을 해서 내리는 치료와 처방, 마을을 살기 좋게 변화시킬 각종 활동까지.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착한 마음과 깨어난 생각으로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가능할 것이다. 그 도움이 헛되지 않도록, 존중과 존경을 노력하여 얻어내는 사람이 되리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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