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클리닉 센터에 약이 없어요. 우리 손자를 위해 어디에서 약을 구해야 하나요?”
퐁궤의 이른 아침, 센터의 업무를 시작할 무렵 낯익은 할머니 한 분이 찾아 오셨습니다.

Huseini Ramadhani 의 할머니, 바로 몇 일 전에 인터뷰를 한 아이의 할머니입니다.

Huseini는 태어날 때부터 HIV Positive 판정을 받은 아이입니다.

 

 

Huseini 가 1살 때, Huseini의 부모님은 HIV 병으로 앓다가 Huseini에게 HIV 병만을 남겨두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Huseini 는 오로지 할머니만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밖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를 부르는 것도 미안한데,

아이는 마당에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피부색이 다른 Mzungu(외국인)이 무서운지 슬금슬금 피하기도 하고,

신기한지 한참을 쳐다보기도 하는 아이의 눈은 맑고 아름다우면서 슬픔을 간직한 사슴의 눈을 연상시킵니다.

 

 

처음 Huseini를 만나기 위해 집을 방문하였을 때는 집안에 전기, 화장실, 수도꼭지, 여러 가지 과일나무 등이

뜰 안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지만 퐁궤에서 이런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은 부자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인터뷰를 하면서 할머니께 여쭤보니 Huseini와 할머니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마을주민들이 그 집에 얹혀살도록 배려를 해준 것이라고 합니다.


Huseini는 할머니와 매 끼니를 같이 먹을 수 없습니다. 아침과 점심은 친구들의 집에서 먹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집에 돌아와 먹을 것이 있을 때는 할머니와 먹고 그렇지 않으면 굶주린 배를 안고 잠자리에 들어야 합니다.
“Huseini 만은 하루에 2끼라도 먹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아침과 점심에 친구 집에 보내서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게 하는 것이지요” 라고 하시면서

할머니는 손자의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십니다.

 

“Huseini는 어떤 음식을 좋아해?”
“저는 Ugali와 mchicha 먹는 것이 좋아요.^^”
“할머니, 먹을 것과 옷, Huseini를 위한 교복, 신발 등은 어떻게 구하세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매일매일 이웃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밖에 없습니다.

이웃에서 먹을 것을 주면 먹고, 없으면 그냥 잠을 잔답니다.”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위하여 굶는 다지만,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먹을 음식이 없어서 굶주리는 상황,

이 세계의 불균형이 머리 속에 그려집니다.

 

 

 “Huseini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저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어요. 저처럼 피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도 치료해 주고 싶어요.”


Huseini는 심각한 피부병을 앓고 있습니다. HIV 병 때문인지 영양의 불균형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얼굴, 팔, 다리 등 전체적으로 피부병으로 인한 부스럼이 심각한 단계입니다.

그래서 주로 긴 팔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니 Huseini?”
“네. 좋아요”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많이 놀아줘?”
“대부분의 학교 친구들은 저를 보면 피하거나 도망가요. 옆에 있기를 싫어해요. 그래도 같이 놀아주는 친구는 몇 명 있어요.^^”
“선생님도 저를 피하시지만, 그래도 저는 학교에 가는 것이 좋아요. 친구들과 같이 노는 것이 좋아요.”


피부병이 심하여 손을 뻗어 아이를 만지는 것 조차 두려운 아이에게,

같이 놀이를 하는 친구들이 정말로 고맙고 꼬마 천사처럼 느껴집니다.

 

 

“저도 아이를 목욕시킬 때는 항상 장갑을 끼우고 목욕시킨답니다.”
라고 할머니는 귀띔해 주셨습니다.

“할머니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세요?”
“지금 저에겐 모든 것이 힘들기 때문에 언제 행복하다고 할 수 없어요. 단지, 행복하다고 상상하면 행복해 질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Huseini를 돌봐줄 사람이 있나요?”


라고 조심스럽게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네, Moshi에 아이의 고모가 살고 있어요. 고모도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이를 돌봐줄 거라고 믿습니다.”
“할머니, Huseini에게 바라고 싶은 것이 있으세요?”
“저는 아이의 피부병이 나아서 다른 아이들과 같은 정상적인 피부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아이가 원하는 꿈을 이루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할머니의 이런 작은 소망을 Huseini는 아는 것인지, 조용히 할머니를 올려다 보며 다시 마당을 물끄러미 내려다 볼 뿐입니다.

 

 

 

다시 아이를 만나기 위해 Jitengeni의 작은 집을 찾았습니다.
Huseini에게 필요한 약과 아이에게 필요한 작은 선물을 가지고 집을 찾아 문을 두드렸지만 할머니는 계시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어디 가셨니?” 라는 물음에 “시내로 약을 구하러 가셨어요.” 라고 아이는 대답합니다.
ECHC가 약을 사다 드리겠다고 약속을 드렸는데, 할머니는 하루의 기다림이 길게 느껴지셨는지

외국인의 약속이 불안하셨는지 아이를 위하여 약을 찾으러 나가셨다고 합니다.
불편하신 다리를 이끌고 손주를 위하여 먼 시내로 약을 구하러 가셨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무겁습니다.

좀 더 일찍 찾아 뵙지 못한 마음에 가슴이 아픕니다.

 

 

작은 선물을 받고도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위하여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너무 작은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지만 Huseini는 할머니가 있기에, 같이 놀이를 하는 친구들이 있기에 행복하다고 합니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한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며 생각하였습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지는 것이다”
이들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우리에게

많이 가진 것은 없지만 항상 웃으며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고개를 숙이게 만듭니다.


 

 

 

 

Posted by U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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