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의 탕가시, 이곳엔 "국제아동돕기연합"이 운영하는 아동건강관리센터인 ECHC(The Early Childhood Health Center) 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5세 미만 아동의 질병 예방 및 진료, 주민 위생 교육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건강관리요원을 교육하는 일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기 UHIC 탄자니아 지부에 지부장님을 비롯해서 우리의 아름다운 자원봉사 단원 처자들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 그녀들이 전해온 열 세번째 편지, 함께 보아요!


"아프리카의 영원한 숙제 : 말라리아" -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맥 없이 엄마 품에 안긴 아이들이 보건소로 들어옵니다. 아프다고 크게 소리 내어 울 힘도 없을 만큼 축 쳐져서 칭얼거리고 있는 아이들 대부분은 말라리아를 진단 받지요. 열대 열원충을 가진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말라리아는 아프리카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로서 보건소를 내원하는 ECHC 많은 환아들이 말라리아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말라리아 환아수 분포 그래프>
: 2009~2010년 내원한 환아를 대상으로 환자 병명에 따라 분류하여 원형 그래프를 만들었습니다.
(ECHC의 총 내원 환아수 9006명. 총 내원 환아수 보다 진단명 수가 많은 것은 한 아동이 2개 이상의 질병을 진단 받은 경우가 있기 때문임.)  


말라리아 원충의 잠복기는 약 1~2주 정도이며, 3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길게는 1년 정도까지 간 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 상태가 느슨해 졌을 때 갑자기 발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서 6개월 이상 지낸 경험이 있는 경우 2년간 헌혈을 못하게 금지시키고 있지요.
   

                                                    <말라리아 검사 받는 아기>


말라리아는 처음에는 피로, 식욕 감퇴, 언짢은 기분에서 시작해서 발열, 두통, 복통, 오한, 관절통, 설사, 구토의 증세가 점차 나타나고 더 진행되면 황달, 경련, 혼수 등의 증상 등이 나타납니다. 말라리아에 걸려본 적이 있는 단원들은 그 시기를 떠올리는 것 조차 힘들어 하는데요. 휴대폰 버튼 하나 누를 힘도 없을 만큼 기력이 없고 오한으로 더운 날씨에도 옷을 껴입어야 하고 구토, 설사 증상으로 잠도 못 자고 음식도 먹기 힘든 고역의 시간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 목으로 넘어가는 딱 하나의 음식은 얼큰한 한국 라면 국물 밖에 없습니다.

말라리아 치료 약을 복용할 때도 간에 기생하는 원충들을 죽이려는 강한 약 성분 때문에 어지러움과 졸림, 구토 증상이 함께 나타나므로 말라리아는 감염부터 치료까지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닙니다. 만약 치료를 적시에 받지 못할 때에는 목숨을 잃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므로 탄자니아에서는 18개월 이하 아동 사망률의 가장 큰 원인이 말라리아로 꼽히고 있지요.

 

                                                      <말라리아 검사를 위한 혈액 채취 중>


말라리아에 대한 진단은 손가락 끝을 찔러 나온 피를 전자 현미경의 슬라이드에 문질러 스며들게 해서 만든 혈액 사진을 검토하여 진단합니다. 혈액 속에 보이는 원충들의 수를 보고 말라리아 여부를 판단하는데 탄자니아의 열악한 전기 공급 상황 때문에 전기가 없을 때는 현미경을 작동할 수 없어 검사마저도 원활하게 못할 때도 많습니다. 이럴 경우 빠른 치료로 연결되지 못하게 되어 환자들이 더 오래, 심하게 고통 받게 되지요. 

                                                   <말라리아 검사를 기다리고 있는 채취된 혈액>

무서운 말라리아를 멀리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모기장과 가깝게 지내는 것 입니다. 모기는 주로 밤과 새벽에 활동하므로 잘 때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도 말라리아에 걸리는 위험이 훨씬 줄어들지요. 외출을 할 때는 되도록 노출된 부분에 모기 퇴치제 크림을 바르거나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뿌려서 항상 모기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합니다.

                                                     <전자현미경을 통해 말라리아 검사중>

소중한 생명을 빼앗고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는 말라리아 발병율을 감소시키기 위해 탄자니아 정부도 모기장 배부, 항말라리아제 배부를 실시하며 국민들이 말라리아와 멀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무료 배부를 선포한 국가의 정책과는 달리 약이 없다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혜택을 고루 나눠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렇기에 치료를 제대로 받고 적시에 항말라리아제를 처방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저희의 역할이 꼭 필요합니다.

                                                                  <항말라리아제_코아템>

3일에 걸쳐 6알을 먹어야 하는 항말라리아제 코아템은 한국 돈으로 500원 가량 정도 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식후 디저트로 즐기는 4000원~5000원의 한잔 커피 값으로 10명 가량의 아이들이 코아템을 먹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더디기만한 탄자니아의 보건의료 시스템 때문에 더 이상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아이들을 생각하고 그 사랑을 전하려 한다면 말라리아에 대한 숙제를 끝낼 수 있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요? 그 때까지 이 곳에서 탄자니아 아이들의 건강한 삶을 지켜 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ECHC 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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