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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타고 정상에 오른 사람이 그 사다리를 걷어차 버리는 것은
다른 이들이 그 뒤를 이어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수단을 빼앗아 버리는 행위로,
매우 교활한 방법이다. (프리드리히 리스트) "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용어는 유치산업 보호론*의 시조로 알려진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유치 산업 보호를 통해 성장한 선진국들이 후발국들에 자유무역을 강요하는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리고 200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가 책의 제목으로 이를 인용하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죠. 책은 주류 경제학인 신자유주의 그리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 무역 및 투자의 자유화, 민영화와 규제의 폐지 등을 기반으로 하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반박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장 교수는 가장 먼저 역사적 사실과 구체적 통계 자료를 통해 영국,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의 개발도상국 시절 보호주의 전략과 경제 정책들을 나열합니다.
● 개발도상국 시절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정책
산업혁명으로 공업화를 가장 먼저 이루어낸 영국의 경우, 치밀한 규제, 특허, 수입 관세 등의 보호 정책을 통해 모직업의 발전을 더욱 촉진하였습니다. 보호관세를 비롯한 영국의 산업장려 정책은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시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지속되었고, 이는 선진화된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미국 역시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면, 양모, 철강 분야의 유치산업들에 고율 관세를 매겼으며, 이후부터 자유무역을 적극 채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진국들은 ‘앞서가기 전략’을 통해 정치, 경제, 기술적 격차를 크게 벌이기도 하였습니다. 추후 경쟁 가능성이 있는 식민지 혹은 개발도상국의 제조업 발전을 저지하거나 '불평등 조약'을 통해 자유 무역을 강요하고 관세 자주권 박탈하였습니다. 또한 자국의 기술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식 소유권을 보호하는 제도와 정책을 활성화하고 특허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는 WTO에서의 지적 재산권 협약을 개발도상국에 강요하고 있습니다.
● 제도와 경제 발전의 상관성
최근에는 바람직한 제도의 중요성이 경제 발전의 핵심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주의, 관료 제도와 사법권, 지식 재산권을 포함한 재산권, 기업 지배구조 제도, 민간 및 공공 금융 제도, 사회 복지 제도와 노동 제도 등의 6가지 항목의 제도와 경제 발전의 상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선 그는 민주주의 발전이 현 선진국 경제 발전의 선행조건이라기보다는 결과물일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를 비롯한 제도들을 개발도상국이 수용하기에는 아직 무리일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실로 어떤 혁신적인 제도가 등장한 후 과반수의 선진국들이 채택하기 전까지는 20~15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그 이유는 현 선진국들의 경우 어떤 제도의 필요성을 인식한 후, 정치 운동과 선거 개혁 등을 통해 수십 년의 기간에 걸쳐 그 제도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 선진국들에서 이루어진 제도 발전과 현 개발도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제도 발전의 수준을 비교했을 때 개발도상국들이 유사한 발전 단계에 있던 현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제도 발전을 이루었다는 결론을 제시합니다. 경제 발전의 초창기에 있는 그들의 모습을 비교할 경우 당시 현 선진국들이 갖추고 있는 제도 수준이 현 개발도상국들에 강요되고 있는 '국제 기준'에 훨씬 못미치는 것들이었던 것이죠. 이는 20세기 말부터 개도국들이 '바람직한 제도'라고 권장받는 무역·투자의 자유화, 규제 완화와 같은 것들이 실은 현 단계에서의 개도국들의 경제 발전에 이롭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 선진국의 경제 발전사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실행에 옮겨질 당시 선진국들이 주장한 것은, 비록 이 같은 '개혁'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불평등을 증대시킬 수 있지만, 2차 대전 직후 사용된 개입주의적 정책보다 더욱 빠른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결국에는 모든 이들의 생활을 보다 효과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 실현된 것은 이 예견들의 부정적 측면 뿐이었으며 소득 불평등은 증가했고, 1960~1980년대와 비교한 경제성장이 눈에 띄게 감소하였습니다.
실제로 개발도상국들의 1960~1980년 사이의 경제 성장률은 3% 정도였으나, 선진국들에게 권고받은 정책들이 사용된 1980년 이후 20여 년 동안의 경제성장률은 1.5%로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개발도상국들이 적극적인 산업, 무역, 기술 정책을 사용했던 당시에 경제 발전 속도가 훨씬 빨랐으며, 워싱턴 컨센서스 도입 이후 경제 발전 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권고되고 있는 대부분의 제도들이 현 선진국들의 경제 발전 결과물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따라 이 같은 제도와 국제 기준을 개도국들에 실제로 필요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며 제도의 질적 향상 이룩만이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책은 과거 많은 선진국들이 현재의 개발도상국들보다 더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더욱 강력히 자신들의 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켰지만 이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이는 그들이 취한 유일한 방법만이 아니었으며 계속해서 변화하는 국내외 환경과 맞물려 각 국가의 기술의 상대적 후진성이나 국제 환경, 인적 자원의 부존량 등에 따라 자신들의 목적에 맞는 정책 수단을 다양하게 사용하였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즉 필자는 선진국들이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사다리 걷어차기'의 행위를 그대로 지켜보기보다는,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단계에서는 어떤 정책과 제도를 썼는지를 살펴보고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죠. 또한 선진국들에 대해서도 경제 발전에서 정책과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개발도상국들이 자신들에 합당한 정책과 제도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용어
*유치산업 보호론 : 공업화가 뒤떨어지는 국가가 관세, 쿼터 등을 통해 해당 산업을 보호하고 공업부문이 성숙한 후에 자유무역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보호무역주의 이론.
**워싱턴 컨센서스 : 냉전 시대 이후 미국과 국제금융자본이 '위기에 처한 국가' 또는 '체제 이행 중인 국가'에 대해 미국식 시장경제를 개발도상국 발전모델로 삼도록 하자고 한 합의. 자율적인 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한 무역 및 자본의 자유화, 탈규제를 통한 무한경쟁과 정부의 긴축재정, 민영화 및 정부 개입 축소 등을 골자로 함.
(위키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 참고영상
: https://youtu.be/jD3iLa1e1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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