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돕기연합 탄자니아 지부 ECHC 제2센터 개원식 이야기


Habari zenu? (모두들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러분들과 나누고픈 아주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2009년도에 처음 문을 열고 탕가주 퐁궤 지역의 수천 명의 아동을 진료해 온 ECHC가 지난 7월 16일, 

미칸주니에 ECHC 제2센터를 개원했답니다.  

 

탕가시 ward 중 하나인 미칸주니 지역은 도심 외곽의 인구 밀집 지역이라 5세 미만 아동의 수가 퐁궤 보다 훨씬 많은데 비해 

의료 인력과 의약품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진료를 위해 장시간을 대기해도 

아이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어 많은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었습니다. 

하여 탕가 시의회에서 ECHC 진료소를 열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던 곳이었지요. 

개원 준비를 위해 지난 몇 달간 퐁궤 보건소와 미칸주니 보건소를 오가며 진료실을 준비하고 약품 창고를 세팅하느라 바빴지만,

ECHC의 손길이 꼭 필요했던 곳이기에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날 생각으로 기쁘게 2센터 개원을 준비해왔습니다. 

 




드디어 개원식 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요? 요즘 탄자니아가 우기 철이라 새벽부터 억수 같이 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주민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자 개원식을 야외 행사로 기획했는데 거센 빗줄기에 스태프들이 한참 동안 마음을 졸였지요. 

그러다 참 다행스럽게도 행사가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하늘이 차츰 맑게 개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하늘도 저희를 응원해 주고 싶었나 봅니다. 

시원한 바람과 밝은 햇살의 포근한 날씨에 다시 기운을 얻어 보건소 앞마당 나무 그늘 쪽으로 천막을 크게 쳐 놓고 

손님들 앉을 의자를 준비하며 흥겨운 개원식을 시작했습니다. 

 




개원식에는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먼 걸음 달려와주신 국제아동돕기연합 신세용 이사장님을 비롯해

KOICA 탄자니아지부 오성수 소장님, 탕가 시의회 보건담당국장 및 관계자 분들, 탕가 토지관리청장, 미칸주니 보건소장 등이 

Guest of Honor로 참석하셨고, 미칸주니 ward에 속한 16개 마을의 촌장님들과 미칸주니 보건 행정원..

그리고 동네 꼬마들부터 연세 지긋한 할머니 분들까지 보건소 앞 마당이 북적 북적 할만큼 

많은 분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셨습니다. 




  

먼저 행사 진행은 지부장님의 국제아동돕기연합 & ECHC 소개로 시작했습니다. 

소중한 아이들의생명을 위해 열심히 일하며 돕겠다는 인사를 드리자 마을 주민들이 뜨거운 박수로 환대해주셨지요. 

이어서 신세용 이사장님, 코이카 소장님, 보건담당국장, 미칸주니 보건소장님께서 축사를 해 주시며 

앞으로의 미칸주니 ECHC 활동에 힘을 실어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퐁궤 초등학교 학생들의 합창 공연이었답니다. 

ECHC 1센터에서 진행하는 방과 후 음악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몇 개월 가량 배우고 연습했던 노래 실력을 축하 행사로 보여주었답니다. 

색색깔의 예쁜 ECHC 티쳐츠를 입고 귀엽게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모두들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앵콜 요청이 나올 만큼 공연을 보고 있는 모두가 리듬을 즐기며 흥겨운 박수로 즐거움을 만끽했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와 응원을 받으며 시작한 미칸주니 ECHC는 그 어느 곳 보다 튼튼하고 내실 있게 운영 될 것 입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퐁궤 ECHC의 현지 스태프들과 보건위생관리원 분들까지 찾아와 

퐁궤 ECHC 에서 쌓은 노하우를 미칸주니의 새 식구들에게 적극 전수해주고 있고, 

미칸주니 보건소 측에서도 공간 협조, 업무 협력 등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누구보다 저희를 위해 뜨겁게 성원해 주시는 여러분들이 있어 백만 대군을 얻은 느낌 입니다. 


보내주시는 사랑 퐁궤에서 뿐만 아니라 이곳 미칸주니까지 펼쳐 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디, 그동안 얼마나 컸나?! 아동의 몸무게를 확인하는 천윤옥 단원.




Q. ECHC 센터 자원봉사를 지원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20대의 중반이 된 나를 되돌아 봤을 때 그 동안 나는 너무 나를 위해서만 살아 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과학 기술, 의학의 발달로 생명연장의 꿈은 날로 커져만 가는 21세기.
얼마나 살았냐 보다는 어떻게 살았냐 가 중요하다 싶어 모두가 바쁜 세상, 그 안에 서 있는 ‘나’를 깨워 부족한 존재이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떠나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 보고 싶었습니다.


Q. 현지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 그리고 어떻게 그 상황을 극복했는지?

A. 아직 한달 밖에 안된 병아리 봉사단원이라 힘든 점은 없지만 굳이 꼽자면 주3회 이상 엄습하는 정전! 가끔씩 그와 함께 동반되는 단수 ? 혹은 노란물.. ^^
정전을 대비해 항시 촛불을 놓아 두고, 단수가 되면 하루 정도는 씻는 걸 포기 하고 잠을 청하지만 가끔 샤워 도중에 단수가 될 때면 생수로 씻어야 하는 상황도 있어요. 지난 번엔 샤워기 물 틀어놓고 씻는데 물에서 나뭇잎이 나왔어요 ^^
참으로 자연친화적인 삶이죠 ?!  Eco Life를 몸소 실천하고 있습니다.


Q. 센터에서 일하면서 행복했거나 보람된 점이 있다면

A.  5세 미만의 저체중 아동들에게 영양 죽 파우더를 배포하는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있습니다. 저체중의 주된 요인으로 영양 결핍이 있을 수 있어 저체중인 아동을 선별하여 영양 죽 파우더와 비타민시럽을 제공하고 4주 동안의 체중 변화와 건강 상태를 확인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수 많은 아동들이 저희 ECHC의 지원을 받았으며 현재도 활발히 진행 중 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몸무게가 정상수준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Q.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교통편 관련 하여 저희는 매일 센터로 갈 때 달라달라(현지 교통수단 우리나라 옛날 봉고차나 학원버스 같은)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주로 저희는 제일 뒷자리나 조수석에 앉습니다.
제일 뒷자리에 앉아 갈 때 분명 4명이 앉는 자리임에도 한 명씩, 한 명씩 다가와서 앉습니다. 그럴 때 마다 우리는 그 사람의 덩치를 보며 체형이 작은 사람이 다가올 때면 "아 다행이다!" 하고, 하체가 발달 된 어머니라도 다가오면 그날은 골반 축소의 압박을 느끼며 40분 정도를 달리고 하차 하여 무사한 골반을 확인합니다. ^^ 
가끔 닭도 동승합니다. 푸근하죠. Be natural.
  

저울을 점검하는 천윤옥 단원, 0에 잘 맞춰진거지?!


Q. 가장 가슴 아팠던 아동 또는 일이 있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현지 도착 후 적응 훈련 교육 4일차 되던 날 이었습니다.
아침부터 한 여자아이가 너무나 힘없이 입원실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고 환아의 상태가 심각 했는지 퐁궤 간호사 세 분이 온 종일 그 환아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오후에 하루 업무의 마감을 위한 트레일러 약품재고 파악을 선배단원으로부터 배우고 있었고 저의 등 뒤 침대에 그 환아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고 울음조차 없었습니다.
약품재고 파악이 다 끝나갈 때쯤 환아의 어머니가 오열을 했고 놀라서 뒤돌아 봤더니 얇은 천이 아이의 몸 위로 덮어져 있었습니다. 순간 제 몸이 서늘해 지고 마음과 눈은 뜨거워졌습니다. 불과 조금 전 만해도 힘은 없었지만 커다란 눈을 깜빡 꺼리던 예쁜 아이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이 나 조차도 마음이 아려오고 아픈데, 엄마는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어머니는 그 후로도 쓰러져 오열하였고 저희는 자리를 비켜주었습니다. 숙연해 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간호사로부터 들은 바에 의하면 말라리아 때문에 다른 병원에 갔다가 잘못 된 처방으로 상태가 악화되어 저희 센터로 왔지만 상황을 돌이키기엔 이미 늦어버렸던 것 이었습니다. 의료분야에 있어서 선진국인 우리나라 에서도 아직까지 의료사고에 있어서는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물며 아프리카에서 누구의 책임이냐를 묻는 것 조차 무색하기만 하고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안타까울 다름 이었습니다.
그 일을 타산지석 삼아 올바른 약품 처방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우리들의 과제겠죠.        
     

 

아이들에게 우유를 나눠주고 있네요~


Q. 한국음식 또는 한국생활 중 가장 그리운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보통 평일엔 간단하게 현지 식으로 짜파티나 빵을 먹지만 주말엔 한국음식이 그리울 틈이 없이 나름 흉내 내어 요리해 먹고 지낸답니다. 매운 라면이 그리울 때면 아랍에서 만들어진 밍밍한 라면에 인도 산 고춧가루(엄청 매움)와 양파, 마늘 달걀을 넣어 먹으면 꽤 그럴싸한 辛라면이 아닌 新라면이 탄생합니다. 역시 한국인은 매운 맛 이죠. 이제 양배추로 김치도 담그려고 합니다 ^^


Q. 봉사활동을 하면서 자신에게 변화가 생겼다면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지역주민들에게 변화가 생겼다면 어떤 것인가요?


A. 소소한 것들로부터 행복과 만족,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전이 되었다가 전기가 들어왔을 때, 단수가 되었다가 물이 나왔을 때의 희열, 매일 아파서 ECHC를 방문하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는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는 구나 하는 감사함,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푸른 초원과 파란하늘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음에 행복함을 느낍니다. 
한국에 있었을 때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여기서는 행복감을 가져다 줍니다. 아프리카에 오지 않았다면 느낄 수 없었을 테죠.
탄자니아에서 한국은 아직 생소한 나라입니다.
많이들 동양인 = 중국인 이라고 생각해서 가는 길 마다 마주치는 사람들 마다 치나(중국인) 치나 ~라고 외치지만 센터를 오가는 길에 ECHC와 한국을 아는 주민들이 차차 늘어나면서 와코레아(한국인들) 라며 반겨 주는 주민들,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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