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아이들 놀이
”은주야 놀자~”
까치 발로 서서 담장 너머로 친구의 이름을 부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린 시절 어떤 친구의 이름을 가장 많이 불러 보셨나요?
웃기도 많이 웃고 때론 다투기도 하면서 서로의 자리를 채워주던 그 친구들,
하루 종일을 함께 다녀도 지루하거나 지치지 않았고 술래잡기, 얼음 땡, 땅 따먹기 그리고 고무줄, 공기 등등
놀아야 할 것 들이 늘 쌓여 있어 하나씩 차례로 하려면 하루 해가 짧았었지요.
이 곳 탄자니아 아이들도 그 때 그 시절의 우리들처럼 늘 바빠 보입니다.
4계절이 뚜렷한 한국처럼 계절에 따라 놀이가 바뀌지는 않지만
그 아이들에게서 우리들 어린 시절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럼 퐁궤 아이들의 놀이를 엿보며 잠시 추억 여행을 떠나 볼까요?
“너 맞았어!”
“아니야 안 맞았었어!!!”
옷깃을 살짝 스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날아 오는 모레 주머니를 용케도 피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옥신각신하며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결론은 놀이를 지켜보던 다른 친구들의 말 한 마디에 싱겁게 막을 내립니다.
아이들이 열중하고 있는 것은 ‘READI’라는 놀이 입니다. ‘오자미’라고 귀 뜸을 해 드리면 더 쉽게 이해가 되실 줄로 생각됩니다.
한국의 오자미는 여러 명의 술래가 양 끝에 서서 모래나 콩이 든 주머니를 던지면
가운데 있는 아이들이 날아 오는 주머니를 요리조리 피하는 놀이 입니다.
가운데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함께 들어가기 때문에 친구를 방패 삼아 구차한 목숨을 이어갈 수도 있고
또 날아오는 주머니를 손으로 잡기라도 하면
주머니를 맞고 먼저 장렬히 전사했던 친구들 중 한 명을 지명해 생명을 다시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지명된 아이는 신이 나서 다시 놀이에 참여하곤 하지요.
따라서 한국의 오자미는 가운데에서 주머니를 피하는 역할을 더 으뜸으로 치는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이 방식은 같지만 이곳의 ‘READI’는 반대의 성격을 나타냅니다.
양 쪽에서 주머니를 던지는 역할을 가운데에서 주머니를 피하는 역할 보다 더 좋은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어떻게든 주머니를 잘 피해 목숨을 유지하면서 날아오는 주머니를 잡아 가운데에서 탈출할 기회를 엿보는 것 입니다.
같은 놀이인데 어떤 이는 들어가려 애쓰고 또 어떤 이는 나가려 애를 씁니다.
놀이도 인생의 축소판처럼 각자가 추구 하는 이상이 다른가 봅니다.
그럼 이제 또 다른 놀이로 ‘놀러’ 가 볼까요?
“아미나 괜찮아, 다음에 더 잘하면 돼!”
아미나는 한 발로 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그 발로 돌을 차서 원하는 곳까지 보내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놀이판에 들어서자 마자 다른 아이에게 기회를 넘겨주기 바쁩니다.
아미나의 머리를 긁적이게 만들 만큼 어려운 이 놀이는 바로 ‘Malaiti‘입니다.
우선 땅에 여러 개의 사각형을 그려 놓습니다.
아이는 외 발로 깡총깡총 뛰면서 앞에 놓인 돌을 발로 차며 한 칸씩 전진 합니다.
찬 돌이 선에 걸리거나 다음 칸 안으로 들어가지 않거나 혹 발로 선을 밟으면
기회는 여지없이 오매불망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다른 아이에게 넘어 갑니다.
이 놀이를 한국적 토대에 바탕을 둔 학술적 분류로 바라 본다면 ‘비석차기과’에 속하지 않을까요? ^^;;;
이 놀이 역시 한국과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바로 ‘발’입니다.
이 곳 아이들은 거의 신발을 신지 않고 놉니다.
발이 많이 단련이 되어서 그런지 맨발로 돌을 차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아이들은 그저 즐겁기만 한데 유독 서정적인 한국의 봉사자 만이 그 아이들의 발을 안타깝게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없애려고 그랬는지 아니면 동등한 입장에서 놀이를 하는 것이 좋다고 느꼈는지는 모르지만
신발을 벗고 아이들과 한 판 놀아 보았습니다.
예상과 달리 바닥의 모래는 부드러웠고 신발을 신고 있을 때 보다 더 정교하게 원하는 위치로 돌을 보낼 수 있었답니다.
신발을 신고 다음으로 찾아 간 곳에선 바퀴들이 이리로 저리로 굴러 다닙니다.
이 놀이는 마땅한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굳이 이름이 필요치도 않는, 마을 이 곳 저 곳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이 놀이는 굴렁쇠 굴리기와 흡사합니다.
마땅한 놀이감이 없는 아이들에게 버려진 타이어는 좋은 놀이감이 되지요.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 다시 굴리고 또 세워 굴리고 그렇게 하기를 반복합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저게 무엇이 그리도 즐거워서 굴리고 다닐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아마도 단순함을 즐기던 동심을 많이 잃어 버려서 그런가봅니다.
잃어 버린 동심을 애써 회복하려는 듯 ‘균형 감각’, ‘민첩성’ 등의 단어들을 떠올리며
바퀴 굴리기의 즐거움과 유익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지만 피부로 와 닿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물어 보았습니다.
“얘들아 그거 왜 굴려?”
“재미있으니까요!”
역시나 ‘그냥’ 좋아서 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를 조리 있게 설명 할 수 있는 것들 보다 더 흥미로운 법인가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들 외에도 전 세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줄넘기, 공놀이, 장난감 등도 이 곳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 입니다. (참고로 장난감 사진은 거리에서 좌판을 펴고 중고 장난감을 파는 가게이니
아이들이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있구나하는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이 곳 탄자니아 아이들이 여러 가지 놀이를 통해 즐겁게 동무들과 뛰어 놀며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자라기를
여러분께서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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